벌써 결혼 21주년입니다. 23살에 만나 7년을 연인으로 21년을 부부로 살고 있습니다. 매년 결혼기념일이면 와이프에게 좋은 선물이 뭘까 고민하다가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 많았죠. 남자들에게 결혼기념일 선물은 정말 어려운 과제입니다.
모든 남자들이 그렇지는 않지만 저는 와이프에게 줄 결혼기념일 선물을 고르는게 정말 어렵게 느껴집니다. 의상심리학을 전공한 와이프의 디자인 감각을 만족시킬만한 감각과 센스가 저에게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한건지도 모르겠네요.
이글을 보시는 분들은 결혼기념일 선물을 어떻게 준비하시나요? 오늘은 저의 결혼기념일 선물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결혼 10주년 선물
2001년 5월 20일 결혼을 하고 10주년이 되는해에 생애 가장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이지만, 뭔가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선물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10주년이니까요.
매월 조금씩 모아서 비자금으로 준비했던 100만원이 호주머니에 있었기에 결혼 10주년 선물은 와이프가 깜짝놀라고 감동 받을 만한 선물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다소 부담이 되겠지만 말이죠.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딱히 좋은게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평소에 사고 싶었던 가전을 사줄까도 했지만, 직장 동료에게 최악의 결혼 선물이 될거라는 말을 들었고, 옷을 사주고 싶어도 사이즈, 색상, 디자인, 옷 종류 등 와이프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도통 모르겠더라구요.
그때 알았습니다.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와이프인데, 그가 좋아하는게 뭔지 하나도 모르고 살고 있구나! 지금에 와서 옷을 사주겠다고 뜬금없이 좋아하는 사이즈와 색상을 물어보는 것도 우스워 보였습니다.
갖고 싶은게 뭐냐고 물어보면 돌아올 답변은 분명 ‘없어~ 그냥 오빠가 사주고 싶은거 사줘~’라고 할게 뻔하고, 정말 내가 사주고 싶은걸 사준다면 ‘그렇게도 여자가 좋아하는 걸 모르냐’고 할것임을 잘 알기에 소득없는 질문 해놓고 스스로를 더욱 곤경에 빠뜨리는 상황은 만들기 싫었습니다.
결국, 결혼한 직장 동료들에게 결혼 10주년이면 어떤 선물을 주고 받았는지 의견을 듣고 결정한 선물은 티파니 목걸이 였습니다. 백금으로 만든 손톱만한 하트모양에 깨알만한 다이아몬드가 박힌 목걸이의 가격은 92만원이었습니다.
난생처음 와이프에게 주는 값비싼 선물이었고, 목걸이를 선물하는 것도 처음이었기에, 분명 와이프도 감동을 받을 것이라 생각하고 큰맘먹고 구입했습니다.
그날 저녁 ‘뭘 이렇게 비싼걸 샀어~‘라고 하면서 목에 걸어보고 무흣한 미소를 짓는 와이프는 분명 좋아하는 모습이었지만, 생각처럼 감동하는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돈있는 사람들에게 결혼 10주년 선물값으로 100만원은 우습게 보일 수 있겠지만, 당시만해도 정말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4인 가족이 먹고사는데도 벅찼던 시기였습니다. 그런 시절에 티파니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정말 큰 선물 이었죠.
결혼 20주년 선물
10주년을 무사히 넘기고, 매년 결혼기념일이면 약소한 선물이나 외식으로 우리의 결혼을 축하했습니다. 그러다 또다시 10년이 지나 결혼 20주년 선물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10년 전보다 우리집 경제 사정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정말 열심히 살았고, 블로그도 열심히 작성하고 있어서 앞으로 10년 후의 모습이 기대될 정도였습니다. 거창하게 표현 했지만, 쪼들리는 삶을 벗어난 정도지 부자가 된건 아닙니다.
결혼 20주년 선물을 고민하는 시간은 10년전과 마찬가지로 힘든 시간이었네요. 사랑하는 와이프가 좋아하는 것을 도통 몰랐던 저를 반성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모르겠습니다. 이정도면 변명이 필요 없는 거지요.
결혼 기념일 선물이라면 머리속에 그려지는 것들은 꽃다발….신발….반지….옷….등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저를 보고 동료들이 빵~터지더군요. 무슨 조선시대 결혼기념일 선물이냐고요.
고민만 한달정도 하다가 결국 제가 와이프에게 결혼 20주년 선물로 준비한 것은 다이슨 에어랩 컴플리트 롱 헤어드라이어 였습니다. 실용적인 선물이죠.
의외로 와이프가 좋하했습니다. 10년전 티파니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받았을 때보다 더 좋아하는 모습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하더군요. 그렇잖아도 4인 가족중에 3인의 머리길이가 60cm이상 되는 여자라서 꼭 필요했다고 합니다.
티파니 목걸이보다 더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가전제품을 결혼기념일 선물로 사준게 영~ 마음에 걸렸습니다. 선물해주고도 개운하지 못한 기분이랄까요?
하지만, 남자는 다릅니다. 결혼 10주년 선물도, 결혼 20주년 선물도 제가 평소에 갖고 싶었던 실용적인 물건을 받는게 좋았습니다. 그게 가족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캠핑용품이어도 좋았고, 어차피 새로 사야하는 운동화라도 좋았습니다.
결혼을 하고 20년을 살았지만, 남자와 여자의 결혼기념일 선물에 대한 개념은 절대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결혼 21주년 선물
오늘 결혼 21주년이 되었습니다. 금요일이었지만, 저는 골프약속이 있어 새벽부터 골프를 치러 나는데 와아프가 오늘 저녁 늦게 들어오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저녁에 외식을 하고 싶구나…라고 생각하고 저녁 먹기전에는 들어올거라 말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골프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20주년 만큼은 아니지만, 선물을 준비하지 못해 또다시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외식 하자는 와이프에게 선물도 없이 집에 들어가는 건 멋없는 남편이라 생각이 들고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순간 길가에 꽃집이 보였고, 급하게 서둘러 장미꽃 한다발을 준비했습니다. 요즘 꽃값이 금값이라 장미꽃 한송이에 4~5천원을 호가하고 있지만, 결혼기념일이기에 커다란 꽃다발을 만들어 주려고 사장님께 특별 주문을 했습니다. 물론 상당한 비용을 치르고요.
선물을 준비하지 못하고 꽃다발만 가지고 들어가는 발걸음에는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들어가기전에 오늘 저녁에 외식하자고 전화를 했는데 역시나 목소리가 좋지 않아요. 졸려서 누워있다며 일단 들어와서 생각하자고 합니다.
결혼기념일에 새벽같이 골프를 치러 나가고, 결혼기념일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는 저에게 화가 난게 분명해 보였습니다.
‘뭐…결혼 기념일이 혼자만의 날도 아닌데 왜 나만 미안해 하지?’라고 생각하니 발걸음이 당당해지는 것 같았지만, 그동안 아이들을 키우면서 내조해준 와이프를 생각하니 걸음이 천근 만근입니다.
조용히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소리에 마중나온 와이프는 눈이 휘둥그래지면서 ‘오늘이 결혼….기념일….이네??? 미안해 몰랐어~ 어떡해 정말 미안하네…..하….하….하’ 어쩔줄 몰라하네요.
순간! 살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뭘 미안해~ 나도 오늘 생각났어~ 꽃 받아~ 결혼 20주년 축하해! 그리고 사랑해~’라고 굵고 낮은 목소리로 말해줬습니다.
오늘 장미꽃 한다발을 품에 안은 와이프의 얼굴에는 티파니 다이아몬드 목걸이 보다, 다이슨 에어랩 컴플리트 롱을 받았을때 보다 더욱 밝고 결혼기념일을 감사해하는 표정이 보였습니다. 그런 와이프를 보는 내 얼굴에도 행복 가득한 미소 가득이었구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혼기념일 선물로 비싼 목걸이도 좋고, 명품 가방에 좋아하는 옷도 좋지만, 진정으로 여자들이 좋아하는 선물은 상대의 마음을 알아주고 표현해 주는게 아닐까 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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